PS3 구입 후 처음 엔딩을 본 게임은 [헤비레인]. 어드밴쳐 게임으로 PS3 독점작이다.
개인적으로 텍스트 위주로 흘러가는 게임도 꽤 좋아하기 때문에 PS3 구입하면서 헤비레인도 같이 구매했다. (물론 헤비레인은 텍스트 위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지만 어드밴쳐 장르가 글을 많이 읽어야 되니 ㅎ)
어드밴쳐 게임은 스토리를 이해하는게 가장 중요한데 참 고맙게도 완전 한글화되어 쉽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은 4명의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전반적으로 매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에서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한때는 아주 평화로운 가정에서 건축가(건축가였나? 기억이 잘 ㅋ)로서 잘 살고 있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완전 폐인모드로 변한 에단. 매일 괴한들에게 살인 당하는 악몽에 불면증을 겪고 있는 메디슨. 그리고 종이접기 살인마를 잡기 위해 FBI에서 파견된 약물 중독자 노먼. 마지막으로 종이접기 살인마의 단서를 쫒는 사립탐정 스캇. 이 4명의 주인공들은 각자 서로 알고 있던 사이가 아니지만 종이접기 살인마 라는 공통된 주제로 인해 이야기가 진행되며, 결론적으로는 모두 만나게 되는 스토리다.
왼쪽 위부터 에단, 스캇,노먼, 메디슨
종이접기 살인마는 어린 아이를 납치한 후, 물이 차는 수로와 같은 공간에 어린아이를 가둬 놓고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익사하게 만드는 수법의 범행을 저지른다. 이 종이접기 살인마에게 주인공 에단의 아들(숀)이 납치되면서 스토리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게임 초반에는 에단의 평화로운 가정을 맛볼 수 있는 파트가 있는데, 그 파트가 끝나고 나서는 끝나기 전까지 어두칙칙한 분위기로 게임은 계속 지속되는 게 특징. 그러다보니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꺼려지는 게임이 바로 헤비레인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도 좋아하다보니 엄청 몰입하면서 게임을 진행했지만 ㅋ
게임 극 초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화목했던 한 때
앞서 말했다시피 헤비레인은 어드밴쳐 게임이지만 시각적 요소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각적인 요소로 하여금 더욱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본다. 우선 그래픽은 딱 봤을 때 입이 쫙 벌어지는 퀄리티는 아니다. 하지만 어드밴쳐 장르로서 스토리에 몰입이 중요한데, 캐릭터들의 표정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변하고 모션도 어색함이 별로 없어서 몰입도를 더욱 가중시킨다. 거기다가 실시간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파트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 선택 시에도 캐릭터의 현 감정 상태에 따라 비주얼적 요소가 바뀌어(긴장하고 있으면 선택해야 하는 선택지 텍스트가 굉장히 흔들거린다든가) 더욱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화면 분할 방식의 비주얼을 보여줌으로서 오히려 더 게임에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화면 분할은 나의 힘!
또한, 선택지를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여타 어드밴쳐 게임처럼 그냥 텍스트 위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유저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도록 만들어 준다. 이는 어드밴쳐 게임으로서는 상당한 강점이며(물론 다른 게임에서도 강점이긴 하다만) 캐릭터와 유저가 하나가 됨으로서 더욱 게임에 대한 흥미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플러스 요소다.
하지만, 능동적인 요구가 조금은 과한 탓일까. 헤비레인은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유저가 모든 걸 다 조작해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단순하게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알아서 그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거나 하는 어드밴쳐의 일반적인 특징(진구지 시리즈 같은)은 전혀 없고 모두 유저가 직접 조작을 해야 한다. 크게는 이동부터(물론 오픈월드가 아니기 때문에 먼거리 이동을 직접 차를 몰고 가진 않지만) 작게는 저글링(....)까지 직접 유저가 모든 것을 조작해야 한다.
부메랑 던지기부터 양치질과 면도까지 전부 직접 조작해야 한다.
뭐 이렇게만 놓고 보면 딱히 나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조작 방법이다. 그것도 게임의 반 이상을 할애하는 이동에 대한 조작 방법이 다른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존 게임은 왼쪽 아날로그 스틱이나 십자키로 이동을 담당하고 오른쪽에 위치한 버튼으로 선택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헤비레인은 R2를 누르고 있으면 캐릭터가 앞으로 가고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캐릭터의 시점을 바꾼다. 이게 처음에 상당히 어색한데 나중에 가도 어색한게 문제. 물론 헤비레인은 ㅁ버튼으로 몇가지 카메라 시점을 계속 바꿀 수 있게 마련되었고, 앞으로 이동하면서 시점이 바뀔 경우 계속 앞으로 걸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R2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R2로 이동이 그렇게 쾌적하지 못하다는게 문제다. R2로 바꿨다고 해서 캐릭터의 이동 방향을 다시 바꾸는게 쾌적하지는 않기 때문. 결국 이러나 저러나 방향이 틀어졌을 때 다시 바꾸기 위해서는 이동이 쾌적해야 된다는 말인데 이 부분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불편하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은 아주 큰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파이프 안에서 이동할때는 정말 욕이...) 많은 게임들이 동일한 이동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다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는 걸 이번에 좀 느꼈으려나? 이동만 쾌적했다면 헤비레인이 훨씬 더 놀라운 작품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캐릭터 이동 컨트롤은 상당히 불편하다.
이동뿐만 아니라 몇가지 애매꾸리한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버튼 액션. 이 게임은 실시간으로 버튼 액션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장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다보니 버튼 액션에 상당히 신중하게 되는데, 난이도가 좀 빡빡하다고 해야 될까. 물론 난이도는 조절할 수 있으니깐 그렇다쳐도 어드밴쳐로서 무언가를 신중하게 느끼고 싶어도 상황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게 진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맞긴 하지만, 해도 버튼 액션 조작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할까. 앞서 말한 것처럼 사소한 저글링도 버튼액션이고 심지어 양치도 버튼 액션은 아니지만 육축 패드를 이용해서 조작해야 한다. 원하는 조작에 실패한다면? 다시 양치질이다. 뭐, 저글링처럼 조작을 안해도 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중후반 이후부터는 시도때도 없이 계속 버튼액션을 요구하다보니 조금 지치는 부분도 있다. 거기다가 앞서 말한 조작까지 별로다 보니 더 그런 듯. 물론 잠깐 언급했다시피 그 시도때도 없이 요구되는 버튼 액션으로 인해 게임에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게 보고 있지만.
버튼 액션 없인 못살아!
이 게임은 멀티 엔딩으로 게임이 마련되어 있는데, 사실 1회차는 위의 단점들 따윈 다 필요없이 미친듯이 몰입해서 하게 된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스토리가 주는 엄청남이 있고 반전도 꽤 상콤하기 때문에 정말 재밌는 1회차는 가능한데 문제가 바로 2회차 부터다. 이미 스토리는 알아버렸고, 조작은 영 좋지 않은데 이벤트는 버튼 액션으로 도배되다보니 스킵도 없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2회차부터는 사실 손이 잘 안가게 된다. 어드밴쳐라는 특성 상 스토리가 주는 매력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즐겼지 냉정하게 보자면 그렇게 훌룡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게 이 헤비레인이다.
그 다음에 애매꾸리한 부분은 스토리 부분인데, 이거는 엔딩 스포가 섞여 있어서 더보기로 작성한다 ㅋ
우선 스토리가 주는 매력, 반전 모두 인정한다. 다만 스토리가 진행됨에 있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는게 사실. 첫번째가 바로 에단의 상황. 평화롭기만 하던 가정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2명의 아들 중 한명이 교통사고로 죽게 되면서 생겨버린 정신 이상 증세. 이거에 대한 언급이 게임 중에 단 한 번도 시원하게 풀어진 적이 없다는 점.
무슨 말인고 하니, 종이접기 살인마는 살인과 함께 종이접기를 시체에다가 올려놓는 것으로 표식을 한다. 그런데 게임이 진행되면서 에단이 잠시 기억을 잃었다가 비가 오는 밤에 한 손에는 종이접기를 잡고 있는 채로 도로에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 내용으로 인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마치 '에단이 종이접기 살인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정확히는 '에이 너무 대놓고 말하는데?' 와 '설마 에단이?' 라는 쪽이겠지만. 그러면서 점점 에단 스스로가 자신의 정신 이상 증세를 의심하면서 자기가 종이접기 살인마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지경까지 간다. 이러면서 유저들도 자연스럽게 마치 에단에게 어떤 사정이 있어서 살인마가 되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머나! 이게 왜 내 손에?!
하지만 막상 종이접기 살인마는 에단이 아닌게 밝혀지는데. 그럼 도대체 왜 에단은 정신을 잃었다가 차리면 자신의 한 손에는 종이접기를 잡고 있고 비오는 밤. 그것도 살인사건이 발생한 그 날에 도로에서 정신을 차리는 것인가.
이에 대한 설명이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스토리가 주는 매력이 상당한데 이렇게나 큰 복선을 그냥 후반에 버렸다는 것은 확실히 큰 문제다. 이 내용이 후반에가서 종이접기 살인마와는 전혀 무관하다는게 밝혀지면서 새로운 인물이 살인마구나 라는 걸 유저들이 같이 알 수 있게 했다면 정말 베스트였겠지만, 스토리 작가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한건지 아니면 무언가의 문제로 인해 스토리가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버린 건지는 모르겠다. (설마 그렇게 큰 복선을 후반 가서 생각 못했다고는 믿기 어려우니 무언가의 문제 혹은 압박이 있었겠지...)
두번째는 바로 종이접기 살인마에 대한 힌트.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종이접기 살인마에 대한 힌트는 게임상에서 에단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에단이 마치 종이접기 살인마인 것처럼 보여지며, 마지막에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고 자신의 손가락까지 자르는 것도 마치 에단 자신의 이중인격이 만들어놓은 시련이라는 듯한 인상을 계속 심어준다. 그런데 막상 종이접기 살인마가 스캇이라고 밝혀지게 되는 마지막까지 유저는 스캇에 대한 의심을 단 한 번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스캇은 종이접기 살인마를 잡기 위한 사설 탐정으로 정의의 사도처럼 엄청나게 포장하게 된다. 이렇게만 놓고보면 반전을 위해서 힌트를 아예 없앴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런거 치고는 스캇이 시계 가게 할아버지(이름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를 죽이는 파트에서 실제 플레이어는 스캇을 조작하지만 스캇이 할아버지를 죽인다라는 걸 정말 아예 전혀 눈꼽만큼도 알아챌 수 가 없게 만들어 놓은 점이라든지 에단의 경우도 그렇고 스토리 쪽에서는 솔직히 구멍이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물론 스캇이 살인마라고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반전은 이 게시글의 소제목과 같이 이게 왠 식스센스?! 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큰 충격이였지만, 엔딩을 보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차차 생각을 해보니 이런저런 구멍이 보이고 있다.
뭔가 이번에도 단점만 길게 나열하게 되었는데, 이건 원래 내가 글 쓰는 방식이 단점을 위주로 적다보니 발생하는 현상이고 실제 헤비레인을 플레이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엔딩까지 미친듯이 몰입하면서 게임을 즐겼다. (젤다 빠로서 젤다도 단점을 말하는 판국에 내가 헤비레인의 단점을 말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암~)
정통 어드밴쳐에 목마르고 PS3가 있는데 아직 헤비레인을 못해봤다면(이런 사람이 과연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꼭 해봐야 할 게임이 바로 이 게임이다. 2회차의 문제라든가 스토리의 구멍등이 있긴 하지만 실제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1회차때는 그딴거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그렇지만 영화처럼 눈으로만 계속 보지 않고 쉴새없이 조작을 해야 하는 정통 어드밴쳐 게임 '헤비레인'. PS3를 구입하면서 지출은 컸으나 헤비레인 엔딩을 보고(정말 PS3 사고 이 헤비레인만 엔딩 봤음. 아직 구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ㅋㅋ)PS3 구입 잘했다고 느낄 정도로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재미를 줬다는 것은 사실이다. DLC로 박제사라고 메디슨이 주인공인게 있다던데....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해보고는 싶은데 지금 PSN이 한국에서 열리나? 그걸 모르겠네;
어쨌든!! 정말 독특하고 재밌는(그리고 잔인함도 포함된) 정통 어드밴쳐 게임 '헤비레인' 정말 헤비한 게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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