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러스에서 만든 던전RPG인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의 1편을 리메이크한 '신 세계수의 미궁-밀레니엄의 소녀'가 한국닌텐도의 지원(돈...)에 힘입어 완전 한글화로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게임인지라 이걸 구매할지 말지 잠시 고민했으나(동일 시기에 파판10이 한글화 발매되버리는 바람에...) 그래도 아예 해본적이 없는 게임을 해보는게 낫겠다 싶어서 파판10을 포기하고 '신 세계수의 미궁'을 구입했다.
시간이 예전처럼 널널하지 않은 관계로 꽤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에야 스토리 엔딩을 봤는데, 이 게임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5명의 주인공과 즐기는 스토리 모드.
먼저 이 게임의 장르는 [3D 던전 RPG]로 표기되어 있다. 그냥 쉽게 1인칭 던전RPG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에야 워낙 기술도 좋아지고 그 기술력을 표현할 수 있는 기기들도 보편화되다보니 RPG에서도 좀 더 화려하고 미려한 그래픽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 이 신 세계수의 미궁(이하 신 세계수)은 화려함과 미려함과는 매우 거리가 멀며, 어떻게 보면 구닥다리 방식이라 할 수 있는 1인칭의 단순한 화면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그래픽도 좋지 않다.)
그렇기에 본인이 그래픽을 매우 중요시 한다면 이 게임은 거리를 둬야 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NPC들과의 대화는 모두 2D 일러스트로 대체하며, 몬스터들은 3D로 표현되지만 그 그래픽이 뛰어나진 않다.
거기다가 몬스터들도 색깔놀이를 하며(비슷한 외형이지만 색깔이 다름으로 다른 몬스터라고 우기는) 전투 이펙트 또한 1인칭이다 보니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주인공 일행이 공격하는 모션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여러가지 상황을 조합해 보더라도 비주얼적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게임은 결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주얼에 매우 민감한 게이머라면 이 게임은 애시당초 관심을 꺼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전투는 1인칭이며, 몬스터 그래픽 퀄리티는 낮다. 그리고 NPC와의 대화는 일러스트 뿐.
그렇다면 비주얼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게임은 '비주얼적으로 문제를 느낄 수 없고 턴제를 싫어하는게 아니면 구입해도 좋다'라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게임이 재밌다. 게임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미. 그게 이 게임에는 존재한다.
물론 상당히 매니악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훌륭한 던전 RPG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 재미를 느낀 이유를 들자면.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여러번 거론했듯이 그리 민감하지 않고 1인칭 RPG도 좋아하는 편인지라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대부분 일러스트 형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지지만 일러스트 자체가 매력적이고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과 음성으로 인해 게임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으며, RPG에서 잡몹들은 원래 색깔놀이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되기에 전혀 문제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음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대부분 첫대사만 음성으로 나온다.)
거기다가 전투 시의 이펙트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진여신4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게 3D로 표현될 뿐) 그런 심플함 덕분에 전투의 템포는 [진여신전생4]와 마찬가지로 아주 훌륭하다. (오토 전투는 뻥 조금 보태서 스킵 수준)
그리고 스토리를 진행함에 있어 중간에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하는데, 움직임들도 좋고 마음에 든다.
(애니메이션에서 들리는 음성의 크기가 너~무 작은게 문제지만...뭐 그정도야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
어떻게 보면 진여신4보다 비주얼적으로 표현이 더 적지만(맵 이동 시에도 1인칭이라서..) 이미 나는 진여신4의 그래픽도 충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입장인지라 신 세계수도 문제는 전혀 없다.
1인칭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래픽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RPG 게임의 꽃인 전투. 이게 상당히 재밌다.
턴제로 진행되기에 다음에 적이 행동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재미가 있으며, 시간의 압박을 받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어서 좋다. (이래서 개인적으로 턴제를 좋아한다.)
스토리 모드에서는 정해진 5가지의 직업을 가지고 진행하는데 이게 절묘하게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딱 이정도의 직업이 있으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느낌. (나중에 직업 체인지도 가능하다.)
방어와 공격에 너무 치우쳐지지 않고 밸런스 잡히도록 파티가 구성되었기에 게임 장벽을 아주 조금은 낮췄다.
이렇게 5명이 스토리 진행 맴버이며, 직업이 정해졌다.
그러나 이는 어떻게 보면 고정된 것으로만 해야되는 자유도가 떨어지는 시스템으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바로 그리모어 시스템이다. 그리모어라는 것은 각자 직업에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각자의 고유 스킬 외 부가적인 스킬을 붙이는 개념)
이 그리모어 시스템으로 인해 전사가 힐을 할 수도 있고, 힐러가 마법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좀 한계는 있다만)
이렇게 되면 또 캐릭터마다의 개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다행히도 그리모어로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은 제한되어 있으며, 그리모어를 얻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리모어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쓸만한 스킬을 얻기가 어렵다.)
이 그리모어 시스템으로 인해 캐릭 고유의 개성은 지키면서 어느정도 다른 직업의 스킬까지 사용할 수 있는 다양성을 부가했으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노가다를 할지 말지의 선택 사항도 주어지게 된다. (그리모어가 없다고 문제되진 않기 때문)
단순 전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는 느낄 수 있는데 그리모어 시스템으로 좀 더 다양한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직업의 다양성을 부가해주는 그리모어 시스템.
다음으로는 세계수 시리즈가 가진 고유의 특징이라고 하는 지도 그리기를 들 수 있는데.
세계수 시리즈는 특이하게 맵을 플레이어가 직접 만들어야 된다. 여타 RPG에서 특정 지역의 맵을 구입하거나 보물상자에서 얻는 그런 손쉬운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맵을 스스로 다 겪어가면서 직접 제작해야 되는 것이 특징.
이게 생각보다 귀찮기도 하면서 재밌기도 한 뭔가 오묘한 그런 재미를 선사한다.
우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3DS의 하단 화면)에 캐릭터를 표시하는 화살표만 넝그러니 놓여있다.
이 화살표가 캐릭터가 나아가는 방향을 표시해 주는 것으로, 3DS의 상단 화면으로 직접 그 맵을 이동하며 하단 화면에서는 지도를 그려나가야 된다.
단순히 지역의 모양만 만드는 것이 아닌 보물상자 위치라든가, 특정 중간보스 급 몬스터들의 위치나 행동방향, 지나가지 못하는 곳이나 함정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플레이어가 직접 지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이제까지 했던 게임의 주인공 일행은 정말 남들이 개고생해가면서 만들어 놓은 지도로편하게 모험을 즐겼구나 라는 것.
지도 만드는 것이 이리 힘들줄이야. 저곳에 뭔가가 있을 것 같으면 뻔히 바닥에 가시가 있는 걸 알면서도 데미지를 감수하며 건너가야 하는 그 괴로움... 그런데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없을 때의 허탈함... 이 게임은 지도 제작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몸소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위 화면은 실제 던전, 아래 화면은 지도를 그린다. 지도 그리기가 세계수의 가장 큰 특징.
그런데 확실히 이 지도 그리기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생각한다.
재밌기는한데, 나중에 하위층에 가면 지도 만드는게 퍼즐 만드는 수준으로 변하기 때문...(머리 아플 정도...;;) 개인적으로는 아주 어린시절 일본어로 도배되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게임을 할 때 지도 얻는 방법도 몰라 직접 공책이나 연습장에 지도 그려가면서 게임했던 기억이 떠올라 나쁘진 않았다. 추억으로는 괜찮은데 편의성에서는 사실 그다지...ㅋ
그런데 이 지도 그리기가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인지라 초반에만 귀찮은거 잘 견디면 재밌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다음은 난이도를 들 수 있는데,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난이도가 높다고 한다.
(아틀러스가 좀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는 듯?) 그런데 이번 신 세계수에서는 난이도를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어 게임을 진행하기 버거운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를 언제든지 선택해 매끄러운 진행을 도와준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쉬운 난이도로 진행해서 큰 어려움 없이 진행했다.
(물론 쉬운 난이도라도 특정 층은 정말 '뭐지?' 싶을 정도의 난이도가 되지만...)
피크닉은 정말 피크닉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이것도 26층 이후부터는 어려워지지만...
거기다가 이번 신 세계수에서 처음 생긴 시스템이라고 하던데 플로어 점프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더욱 게임의 난이도를 낮췄다. (편의성이 아주 좋아졌는데 그로 인해 난이도가 하락하는 효과까지 있다.)
맵을 스스로 다 그려나가면서 그 층의 맵을 다 완성하면(완전 100% 완성은 안해도 된다.) 위로 올라가거나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이용할 시 플로어 점프가 개방되고, 다음에 그 층을 모험할 때 계단을 직접 터치하면 그 계단 앞까지 순간이동을 시켜주는 시스템이다. 그렇다.
길고 긴 던전을 다시 걸어서 몬스터들과 전투하지 않고 단순히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된 것이다.
이미 레벨이 높아져서 높은 층에는 그다지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을 때 플로어 점프를 통해 단숨에 지하층까지 갈 수 있도록 된 것이다. 이 얼마나 간편하고 확실한 이동 방법인가. 그래서 더더욱 지도 만들기에 혈안이 되는 것일 수도...
거기다가 이번 작에서는 지도를 그릴 때 오토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작에는 없었다고 한다.) 오토는 말그대로 캐릭터가 이동하면 자동으로 맵의 외형을 그려주는 것으로 (막힌 벽에 가면 막혔다는 그림까지 표기해 줌) 꽤 유용하다.
물론 보물지도 위치라든가, 함정 위치라든가 지도의 외형을 제외한 모든 것은 여전히 플레이어가 만들어야 되지만 그거까지 오토되면 지도 그리기 시스템이 있을 필요가 없는지라 이동할때마다 맵의 외형은 그려줄 필요가 없는 오토가 플레이어에게 줄 수 있는 편의성의 최종단계라 할 수 있겠다. (더이상 편해지면 게임의 특징이 사라질 수 있...)
지도그리기를 오토로 해놓으면 아주 편하게 지도 그리기가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스토리인데, 특별할 것 없다. 그냥 뭐 그저 그런.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 뻔한 부분은 오프닝이 다 망쳐놔서(오프닝이 스포다 시박...) 신선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뻔하다면 뻔한 뭐 그런 스토리. 별 의견 없음.
아...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총잡이 소녀(프레드리카)의 성격이 개인적으로는 아주 조금 별로였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인가.
주인공 캐릭터들끼리 만담을 하는건 재밌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2회차를 들 수 있는데 아주 훌륭한 2회차 요소가 존재한다.
그냥 1회차에서 엔딩을 봤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밑에 층으로 내려가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모자라 2회차도 존재하고, 스토리모드와는 다른 클래식 모드가 또 별도로 존재해 즐길 거리는 차고 넘친다.
특히 클래식 모드는 기존 스토리 모드와는 다르게 여러가지 직업이 존재하며, 자신이 원하는 파티를 구성해서 모험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래저래 오랫동안 가지고 놀 수 있는 아주 풍부한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진득하게 즐길 RPG를 원한다면 아주 만족스러울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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