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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일지/마소_XSX & XBO

[XBO] 파 크라이 5 : 게임에서 예술병은 제발 그만

by 량진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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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몬태나 주의 호프 카운티라는 가상의 지역을 무대로 광신도 집단과의 전쟁을 주된 내용으로 한 파 크라이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
엔딩을 다 보고 이 게임에 남은 것은 오직 부정적 감정 뿐이다.

먼저 그래픽은 괜찮은 편이다.
유비 소프트 게임이 그렇듯이 그래픽은 언제나 평균 이상을 보여주다 보니 이번 게임 역시 발매 당시를 생각하면 충분히 좋은 그래픽을 선보인다.
물론 간혹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각진 폴리곤 등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비주얼은 만족스러운 편.

가끔 이런 다듬어지지 않은 폴리곤이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래픽은 만족스럽다.



또한 총기의 발포음도 여전히 시원하며, 액션의 속도감도 좋은 편이다.
그리고 유비식 오픈월드라는 명칭이 생길 정도로 획일화된 방식을 타파하고자 기존의 몇몇 요소를 삭제한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삭제한 후 다른 요소를 추가하지 않았단 것이 문제일 뿐(...)

 

 

좋았던 점은 딱 위 내용 뿐이고 나머지는 다 나빴던 점인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스토리.
먼저 주인공이 벙어리 컨셉을 가지고 있는 보안관인데, 굳이 왜 주인공을 벙어리로 한 건지가 의문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이건 아군이건 주인공한테 매달리는 연출이 남발함에도 주인공은 벙어리 컨셉이다보니 그 어떠한 리액션도 볼 수가 없다.
이러면 문제가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이 상당히 깨진다는 것으로, 적이건 아군이건 백날 주인공에게 뭐 이리 목메는지 알길도 없는데, 주인공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 플레이어는 지금 상황에 대한 인지조차 어려워진다.

왜 다른 시리즈에서는 멀쩡히 주인공이 대사를 치게 만들어놓고는 이렇게 바꿨는지 의문.

적이건 아군이건 엑스트라건 죄다 주인공 바라기들 뿐이다.

 


두번째는 스토리 진행 방식이 언제나 똑같다는 것이다.
유비식 오픈월드의 획일화를 깨려는 시도 자체는 좋았는데, 이상한데서 엄청난 반복을 해버렸다...

(얘네는 그냥 능력 부족인데 내가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건가?)
사이비 교주를 제외하고 크게 총 3명의 적 간부와의 전투를 각 지역으로 나눠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각 지역 별로 반드시 주인공은 3회 납치를 당하고 탈출을 반복하는 연출이 나오면서, 스토리 진행 내내 총 9번의 납치와 탈출이 이루어진다. 
적들은 무고한 시민을 납치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인하는 그런 미친 집단으로 표현이 되는데, 주인공만 무려 9번의 납치를 했음에도 언제나 탈출을 하게 된다는 말.

이 정도면 적들이 주인공을 일부러 풀어주는거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뭔가 확실한 이유 또는 배경 설명이 이루어지고 이런 반복적인 연출을 보여줬다면 그나마 나을텐데, 그 어떠한 설명도 없이 매번 동일한 납치와 탈출을 반복하는 이 연출은 정말 B급 영화에서도 이러지는 않을 것 같은 구리디 구린 연출이다.

주인공이 너무나도 특별한 존재기 때문에 납치 후 바로 죽이지 않고 자신들의 편으로 돌리기 위함이라고 하기에도, 주인공이 왜 특별한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기 때문에 당위성은 박살나 있다.
(애초에 주인공이 벙어리라 뭐 현 상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고...)

그렇게 많은 시민을 아무렇지 않게 납치하고 고문하고 죽이는 적들이 왜 유독 주인공만 이리도 관대하게 살려주는 건지?
그리고 주인공 납치할 때도 주인공이 어떤 곳에 있든지 반드시 납치되는 연출을 보여주는 것도 어이털리는 일.
아군 기지 깊숙한 곳에 있어봤는데도 갑자기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고 납치당하는 연출이 나오는거 보고 진짜 어이가...

이 말은 적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주인공을 납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더더욱 이 스토리텔링은 B급 영화에서도 쓰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라는 인상이다.

그 놓아버렸다는게, 날 언제나 놓아주는거였니?

 

 

그런데 이것보다 더 문제가 바로 엔딩.
나는 몇십시간의 플레이를 의미없는 일로 만들어버리는 엔딩을 정말 혐오 수준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배드 엔딩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영화의 경우 시청자가 이야기 내내 직접 뭔가를 행하지 않고 그냥 주어진 영상만 보기 때문에 배드엔딩이 나와도 거부감이 덜할 수 밖에 없다.
'감독이 이런 이야기 혹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보다' 하고 끝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몇십시간을 조작하면서 엔딩을 향해 달려가기에, 배드엔딩일 때의 체감 차이는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니가 몇십시간 고생했지만, 사실 그건 생쇼에 다 의미없는거란다."
...이래서 게임에 메시지 넣는답시고 예술병 걸린 게임이 정말 싫다.

예술병에 걸려서 배드 엔딩을 진엔딩으로 설정했다 하더라도, 많은 게임들은 그와는 다른 분기의 엔딩을 마련하고 있다.
유저가 어느정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게임과 영화/소설은 접근 방식부터 다르기에 엔딩을 보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몇몇 게임은 예술병에 걸려서 대놓고 플레이어의 수십시간을 다 의미없는 일로 만들어버리는 배드엔딩 하나만 만들어놓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그랬는데, 이 게임도 그에 못지 않게 플레이어의 수십시간 투자를 의미없는 일로 만들어버리는 엔딩을 보여준다.

 

[PS4]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The Last of Us Part II)

-. 게임명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 플랫폼 : PlayStation4 (PS4) -. 발매일 : 2020. 06. 19 -. 장르 : 액션 어드밴처 (A.ADV) -. 자막 : 한글 게임이라고 하기에도 짜증나는, 그냥 쓰레기 그 자체. 2..

dnfldi2.tistory.com

이 게임은 딱 하나의 엔딩이 아닌 총 3가지를 준비해 놨는데, 그 중 1가지는 전작인 4와 유사하게 극초반에 볼 수 있는 엔딩이라 넘어가고 나머지 2개의 엔딩은 수십시간 플레이를 한 후에 볼 수 있는 엔딩이다.
황당한 것은 그 수십시간을 투자해서 본 엔딩 2가지가 모두 이제까지 플레이한 시간을 의미없게 만들어버리는 엔딩이라는 것이다.

이건 진짜 예술병 걸려서 지가 뭔 짓거리를 한건지 인식도 못하는 수준 낮은 행동인 것이다.

뭐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를테니 누군가는 배드엔딩이라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이제껏 행한 행동이 조금이라도 의미는 있었다라는 건 보여줘야지, 이렇게 그냥 다 의미없게 만드는 엔딩을 보여줄거면 플레이가 진행됨에 따라 유저가 그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는 요소를 꽤 신중하고 확실하게 마련해 놨어야 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런게 전혀 없다. 왜냐고? 주인공이 벙어리거든.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언급하게 되는데, 이상하리만치 주변 인물들은 적이건 아군이건 가릴 것 없이 주인공 하나만을 바라보는 스타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주인공은 말을 하지 않으니, 주인공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인지할 수 조차 없게 만들어놨다.
주인공의 선택 또는 행동 자체가 그른 일이였다고 주장할거였다면, 적으로 존재하는 사이비 교단 놈들이 그렇게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납치하고 고문하고 죽이는 연출을 뺐어야지.
누가봐도 그 놈들은 재정신이 아닌 미친 놈들에 악(惡)으로 표현되는데, 주인공의 선택이 나빴기 때문에 이딴 엔딩이 나온거라고?
아니 그럴거면 주인공을 말하게 만들어서 독백으로 자신의 선택에 의문 또는 후회하는 연출이라도 보여주던가,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거지?

진짜 예술병에 걸리다못해 미쳐버린건가 싶을 정도로 스토리텔링이 엉망이다.

이딴 미친 놈들로 표현해 놓고는 이 놈들의 보스가 사실은 옳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고? 돌았나. 진짜...



전작들인 [파 크라이 3]나 [파 크라이 4]도 엔딩의 끝맛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게임들의 엔딩은 플레이어가 수십시간 빡세게 구른 행위에 대한 보상은 보여줬다.
그 보상과는 별개의 찝찝함을 줬기 때문에 개운하진 않더라도 이제까지의 플레이가 의미없는 일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건 뭔 그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수십시간을 들여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마지막에 하나 남은 보스만 죽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단이 난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전작의 요소들의 약화 또는 삭제, 의미없어진 추가 컨텐츠(사냥 등)나 총기류의 감소, 힘이 너무 빠져버린 테이크다운이나 그렇게 많은 비행기나 헬기가 있음에도 탈출을 전혀하지 못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멍청함, 그리고 툭하면 발생하는 버그 등등.
단점은 차고 넘치지만 이 허접하면서 반복적인 스토리텔링 연출과 엉망인 엔딩만으로도 이 게임은 구리디 구린 게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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