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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일지/닌텐도_NSW

[NSW] 옥토패스 트래블러 : JRPG와 옴니버스는 거리두기가 필요해

by 량진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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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패스 트래블러]는 스위치 정발과 함께 한글화에 대한 요청이 은근히 있던 게임이다.

그렇게 한글화는 물건너 가는 듯 보이다가 쌩뚱맞게 2년 후 한글화가 이루어져, JRPG 팬들은 거진 즐겨보지 않았을까 싶은 턴제 JRPG 게임이다.

 

그 게임을 2021년 초에 시작했다가 이제야 진엔딩을 보고 소감을 적어보겠다.

 

▶ Good
-.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미려함을 자랑하는 도트 그래픽
-. 적재적소하게 사용된 사운드와 훌륭한 타격음
-. 전략적이면서 긴장감 넘치는 턴제 전투

▶ Bad
-. 무책임하게 벌려놓은 옴니버스 스토리
-. 집중력을 깨트리는 메인 스토리 진행 방식

 

*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결론만 보고 싶다면 가장 하단만 참고.

90년대하면 JRPG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당 장르의 위상이 대단했다.
그 시절의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미려한 도트 그래픽과 연출은, 90년대 JRPG에 추억이 있는 아재 게이머들에게는 정말 선물과도 같은 비주얼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즐겨봤다면 어느정도 익숙한 전투 시스템을 현대에 맞게 어레인지하여, 적절한 템포와 긴장감있는 난이도의 밸런스가 좋다. 거기다 훌륭한 사운드까지.
90년대 JRPG를 좋아했던 게이머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투는 확실히 잘 만들어졌다. 전투는...

 


다만, JRPG 장르와는 상극인 옴니버스 스토리 진행 방식이, 이 게임 최대의 독이라 할 수 있겠다.

JRPG는 기본적으로 3명이나 4명의 파티를 구성하여 모험을 떠나는게 일반적이다.
하나의 큰 사건을 같이 다니는 동료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모험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게임은 JRPG의 파티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쌩뚱맞게 옴니버스 스토리를 채택했다.

사실 옴니버스 방식이라고 꼭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를 두고 저마다의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모든 캐릭터가 하나의 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뭉친다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로 끌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결코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못한건지, 아예 안한건지...

이 게임은 총 8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 캐릭터 개별 스토리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그렇게 8명의 각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무난한 편이라 문제되진 않는다.
다만, 그 진행 방식이 1명의 캐릭터의 모든 스토리를 진행 후 나머지 캐릭터의 이야기를 즐기는 방식이 아니라, 8명 모든 캐릭터마다 1장씩 돌리게 만들어 놓은게 첫번째 문제.

물론 플레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하나의 캐릭터의 스토리만 끝까지 달릴 수도 있다.
문제는 A라는 캐릭터의 1장 클리어 시 LV이 10이였다면, 2장은 LV 25 정도가 되어야 수월한 플레이가 되게 알아서 조정이 돼버린다는 점.

즉, A라는 캐릭터의 1장을 클리어했을 시, 플레이어 파티의 평균 LV은 10~12정도라 치면, B~I라는 캐릭터들의 1장 플레이 권장 LV은 11~15인데, A라는 캐릭터의 2장 권장 LV은 25라는 것이다.
누가봐도 무리한 LV 노가다가 아닌, 자연스럽게 A가 아닌 나머지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진행하게끔 만들어졌다는 거다.

이런 방식의 최대 문제는 역시 집중도가 아주 쉽게 깨진다는 것이다.
이 방식임에도 집중도를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는 각 캐릭터 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지속적으로 다른 캐릭터들과의 접점이 은근히 내비취면서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전혀 그런게 없다. 이제 이야기할 두번째 문제 때문이다.

두번째 문제는 동료들의 투명화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JRPG는 동료가 꽤 중요하다. 파티 구성을 하고 많은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 LV을 올리고 더 강한 적을 물리치는 목표 달성이 중요하니까.

그런데 이 게임은 그놈의 옴니버스 방식을 채택하면서 자유도를 주고 싶었던 건지는 몰라도, 8명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4장에 걸쳐 진행할 동안,(8명 각 4장씩=총 32장) 단 한순간도 같이 다니는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 뿐 아니라 캐릭터조차 스토리 진행 중에는 화면에서 사라져 버린다.
A라는 캐릭터의 스토리를 진행함과 동시에 이제까지 같이 다니던 나머지 B, C, D 3명의 캐릭터들은 아예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스토리 진행과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그 스토리의 주인공과, 연관된 NPC들 뿐이다.
그리고는 플레이어가 직접 이동해야 할때 다시 나머지 3명이 나타나고, 전투를 한다.
그렇게 A 캐릭터 스토리의 중요한 목표까지 물리치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방금까지 같이 그 강력한 적과 싸운 동료들은 다시 화면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꽤 고민을 했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저 굉장한 드래곤과 마치 혼자 싸울 것 같지만, 전투만 돌입하면 사라졌던 파티원이 뙇!!

그리고 전투에서 승리하면 귀신같이 나머지 파티원이 이야기에서 아예 사라져버린다.



그래 뭐, 백보 양보해서 JRPG 장르에서 옴니버스니까 그런 세세한(?)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그 스토리 주인공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치고 넘어가보자.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여기서 나타난다. 바로 동료 대화 시스템의 존재.

스토리가 진행되면 가끔 화면 우측 상단에 [+] 키를 눌러 동료 대화를 하게끔 나오는데, 그 대화는 마치 이제까지의 모험에서 8명 캐릭터 모두가 동료로 함께 지내온 것 같은 말들을 한다. 

응?? 그래. 눈 딱 감고 여기까지도 그렇다고 치자.

진짜 문제는 꽤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발생되는 동료 대화와의 괴리감이다.

예시로 A라는 캐릭터 스토리 진행 중, 배신에 의해 생사를 오갈 정도의 큰 부상을 당하는 장면이 있다고 치자.
A 캐릭터와 3명의 나머지 파티는 적 보스를 같이 물리쳤지만, 스토리 진행과 동시에 A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화면에서 사라진 상태다.

즉, 이야기도 A 혼자 적 보스를 물리쳤고, 혼자 남아있는 것처럼 표현이 된다.
그리고 실제 배신에 의한 부상도 혼자였기 때문에 당한 것처럼 진행이 된다.
그렇게 A가 겨우 생을 찾고 다음 목표로 가기 위한 스토리가 진행된 후,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때 우측 상단에 [+]가 뜨며 동료 대화가 나타난다.

그 대화를 키면 스토리 주인공 외 파티 멤버가 "우리는 동료니까 믿고 있다. 등을 나에게 맡겨라" 뭐 이딴 소리를 하고 있는걸 보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되는지 가늠이 어렵다.
아니, 그딴 소리할거면 그 부상 당할 때 도와주지 그랬어??

이럴거면 그냥 동료 대화를 없애고, 플레이어 조작 시 무조건 처음 선택한 캐릭터가 맨 앞에서 이동하는 것도 바꿨어야 낫지 않았을까?
그냥 그 스토리가 진행될 때 만이라도 스토리 주인공이 무조건 선두에서 움직이게 만들고, 동료 대화같은거는 아예 만들지도 않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A캐릭터 스토리가 들어가면 나머지 동료는 다 사라지지만, 움직이기만 하면 B 캐릭터가 선두에서 움직이는...

또 스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동료 대화에서는 멀쩡히 그 사건을 같이 겪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이런 괴리감이 이 게임의 집중도를 너무 크게 깨트리는 요소다.

이럴거면 장르를 A.RPG 처럼 1명의 캐릭터의 스토리를 쭉 진행시키고, 그 다음에 나머지 캐릭터의 스토리를 진행시키다가 최종적으로는 다 같이 만나게 되는 그런 스토리로 갔어야 하지 않을까?

옴니버스로 진행하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동료들을 포함시키는 아이디어는 도대체 누구의 생각인지....

세번째 문제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옴니버스 마무리.
총 8명의 캐릭터들이 각자 4개의 장을 플레이하면 개별 스토리는 모두 끝나는데, 각 캐릭터끼리의 접점은 마지막 4장 마무리 쯤에 간단하게 언급만 이루어진다.
(A 캐릭터 스토리에 언급된 NPC가 B 캐릭터 스토리 4장에서 잠깐 언급되거나 하는 식.)
그렇게 아주 미비한 언급만 이루어진 채 각자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4장으로 끝난다.
그리고는 서브 퀘스트들만 남아 있는 상태로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옴니버스 스타일의 완성을 위한 하나의 줄기로 가는 길은 메인 스토리가 아닌 서브 퀘스트 중 섞여 있는건데, 이거야 뭐 다른 게임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거니 넘어가겠다.
문제는 이 게임은 메인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로 끝나버렸기 때문에, 그 서브 퀘스트를 인지하기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진엔딩 루트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찾는 것 조차 어렵게 만들기에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다른 게임들은 몇십시간 플레이 내내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위해 같이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서브 퀘스트에 숨어있는 힌트도 비교적 찾기 용이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메인 스토리에서 8명의 캐릭터들의 접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힌트를 찾는게 정말 너무 무책임하게 던져져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도 이는 90년대 스타일을 표방한 게임이라 일부러 숨겨놓은거라고 넘어가 보겠다.

문제는 진엔딩 루트로 진입하면, 몇십시간 플레이 중 유일하게 8명의 캐릭터가 한 화면에 나타나는 연출이 나오는데, 이 8명이 왜 같이 모였는지가 의문이 되어버린다.

8명 중 어떤 캐릭터는 진엔딩 루트로 돌입하기 딱 좋은 엔딩으로 끝나는 한편, 어떤 캐릭터는 아예 무관한 삶을 살아간다는 식으로 엔딩이 나오는 캐릭터가 있다.
그런데,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8명이 다 같이 모여있네??

 

(대사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가리고) 도대체 8명이 다 같이 왜 모인...?



자신만의 즐거운 삶을 살아간다던 몇몇 캐릭터는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 흑막을 처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진엔딩 루트로 다 같이 들어가고 다 같이 모여있다.

몇몇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면 그에 대한 보충 설명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많은 서브 퀘스트를 다 할 자신도 없고, 그렇게 따지면 진엔딩을 위한 필수 서브 퀘스트에 각 캐릭터들의 에필로그 형식의 서브 퀘스트는 필수로 진행하게끔 만들었어야 한다고 본다.

정말 끝까지 너무 무책임하게 스토리 벌려놓고 대충 끝내버리는 모습에 기가 막힐 정도.
그리고 더 중요한건 말이 진엔딩이지, 진엔딩이 따로 없다.
진엔딩이라기 보다는 히든 보스가 더 어울리는데 그렇게 따져버리면 옴니버스에서 중요한 하나의 줄기는 도저히 찾아볼수 가 없게 되는...어휴

 

 

총평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전투는 정말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스토리가 주는 단점이 너무나도 크고, 그 단점을 매꿀 정도로 그래픽/사운드/전투가 훌륭하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글쎄.... 그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만약 자신이 JRPG에서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 요소가 아니라면 재밌게 즐길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왕도 스토리라도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좋다면 이 게임은 완전 비추천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고, [브레이블리 디폴트 2]가 모든 부분에서 앞선다고 생각한다.

브블2의 스토리가 전형적인 뻔한 왕도 스토리라고 하는데, 옥토패스 캐릭터들의 개별 스토리도 전부 다 뻔한 왕도 스토리다.

그걸 이렇게 무책임하게 벌려놨으니...

 

[NSW] 브레이블리 디폴트 2 : 옛것이 꼭 구린건 아니다.

▶Good -. 귀엽고 깔끔한 그래픽과 적당한 성우들의 연기 -. 개성 넘치는 다양한 직업과 어빌리티 -. 매우 전략적인 턴제 전투 시스템 -. 적당한 반전의 깔끔한 스토리 ▶Bad -. 자주 발생하는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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